[제2시집『어머니』(1988)]
외길을 / 김주완
옷 밑에 숨어 보이지 않는
내 몸의 반점을
어머니는 아시듯,
가슴 속 깊이 뿌리 내린
내 이승의 아픔 한 덩이
어머니는 모두 압니다.
돌아오는 얼굴만 보고도
나의 하루를 어머니가 아시듯
구겨진 시간의 구석에서
입 다물고 고개 숙여 내가
엎드려 살아가는 이유를
어머니는 압니다.
시든 꽃잎 속에
숨어서 숨어서 꽃씨 영글듯,
어디 내어놓지 못하고 꺾여진
내 어깨의 그늘에서
나를 떠받치는 무형無形의 힘을
내가 매달려 목숨 이어가는
절대 순수한 시원始原의 형상을
말하지 않아도 어머니는 압니다.
그러나 또한,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은 단지
인간적일 뿐,
인간이 하는 어떤 것도 결국은
완전할 수가 없음을,
떨어져 있어도 내 걱정을
어머니가 먼저 아시듯
조금씩 살다 보니
나 또한 사는 분별을
조금씩 압니다.
깊은 속에 불씨 하나 다둑여
숨죽이고 소리 낮춰 살아가야 할
내 이승의 아슬한 외길을
흐린 눈으로도 어렴풋이
이제 나는 볼 줄을 압니다.
나설 줄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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