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어머니』(1988)]
내 곁의 어머니 / 김주완
밤엔 어머니가 찾아온다. 자거라 자거라, 잠 재워야 잠들지 않을 수 있는 이치를 알거라, 지고 가는 육신의 무게가 무거운 게 아니라, 덕지덕지 얹힌 먼지가 그리도 무거운 것임을 너는 알거라, 진리는 단순하거늘, 살아가는 이치는 더욱 단순하거늘, 새가 되거라, 나비가 되거라, 물이 되거라,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맹물이 되거라,
깊은 밤에 창문을 열고 어머니가 찾아온다, 자거라, 자거라, 내 다 안다, 숨어 흘리는 눈물이 더욱 맑고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숨길 것이 없는 너희 야행성 짐승의 진실, 내 이리 다녀도 어여삐 어여삐 살피는구나, 자거라, 자거라, 연기 속에 서린 한숨 내 다 안다, 한숨이 많을수록 많이 사는 이치, 가장 아프게 살수록 가장 참되게 사는 이치, 내 다 안다.
십 이층 아파트 꼭대기를 훨훨 날아 오른 어머니는 돌아가지 않고 밤을 새운다, 서러이 시리고 시린 내 어깨의 풍기風氣를 새벽이 오도록 다둑인다, 밤마다 일어나 허갈 밭을 매는 이십 오년 전 허기의 인각을, 바래지지 않는 가난의 대못들을, 뭉개도 뭉개도 일어서는 물욕의 비늘들을, 어머니는 자꾸 쓰다듬는다, 눈을 감고 살아야지, 귀를 막고 살아야지, 그래 온전한 너희로 살아가려면 독안에 삭는 콩잎으로 살아야지, 푹푹 삭아서 새 맛을 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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