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밤참 먹는 남자 5 / 김주완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5 / 김주완 ― 1950년대 한국 농촌의 겨울밤 풍경 삼동 내내 밤늦게까지 행랑방에선 새끼를 꼬았다 호롱불 심지 낮추어 가물가물한 방구석에선 메주 뜨는 냄새 같은 것이 났다 한 바람 한 바람 꼬인 새끼는 사래로 뭉친 타래가 되어 헛간에 하나씩 쌓여졌다 천것들은 새끼를 꼬면서 .. 시 · 시 해설/근작시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4 / 김주완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4 / 김주완 밤을 낮 삼아 일하는 남자들은 밤참을 먹는다, 특수부 조사실에서 밤샘 심문을 하는 수사관과 피의자는 자정쯤 설렁탕이나 곰탕을 배달시킨다, 병원 응급실 당직 의사와 간호사, 교도소의 교도관은 밤새 두어 차례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붓는다, 소방서와 지구대의 야간 .. 시 · 시 해설/근작시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3 / 김주완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3 / 김주완 전쟁을 하고 있다, ㅋ씨 칼같이 밝은 매의 눈을 가진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혼자서 화들짝 몸서리친다, 소파 밑에 쌓인 먼지, 그 속에서 뿌리 뻗는 곰팡이, 카페트의 올 사이에서 징그럽게 꼬물거리는 진드기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거나 발진이 난다, 기관지.. 시 · 시 해설/근작시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2 / 김주완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2 / 김주완 밤만 되면 걸귀乞鬼 들고 아귀餓鬼 든다, 밤도 깊은 밤, 꽃도 잠들고 새도 잠든 한밤, 별도 달도 잠든 오밤중에만 귀신 든다, 잘 살고 편한 집에 드는 것이 아니라 쌀독 비고 일도 힘들어 지지리 살림 찌든 집에만 든다, 불길 일 듯 가세 일고 만사형통 술술 잘도 풀리는 집.. 시 · 시 해설/근작시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1 / 김주완 [2008.01.18.] [시] 밤참 먹는 남자 1 / 김주완 자정이 넘은 고속국도 휴게소, 불빛 잦아드는 가운데 화물차 기사들이 간이식사를 한다 화장실을 다녀온 그들은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햄버거를 우물거리거나 우동국물을 훌훌 빨아들여 위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 도로 위에 흘리고 와 속 빈 속을 꾹꾹 채워 넣는.. 시 · 시 해설/근작시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