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생의 여울목 / 김주완 생의 여울목 초와 / 김주완 물처럼 흐르는 것이라면 어디든 여울이 있다 생生의 어디쯤에서도 여울목이 나타난다 행이든 불행이든 생각지도 않은 때, 난데없는 충격으로 다가와 빠르고 거세게 지나가는 일들, 여울목에 놓인 통발을 조심할 일이다 잘만 헤엄치면 좋은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룽먼龍門 ..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시계의 방 7 / 김주완 시계의 방 7 초와 / 김주완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똑 똑, 베란다 창문을 비스듬히 뚫고 들어온 빛살이 소리 없이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였다 그 사이사이로 강물이 흘러간다 쉬지 않고 이어져 흘러간다 시계의 초침은 책상 위에서 또박또박 움직이고 시간은 옆에서 흐르고 있다 시계가 힘들게 시간을 ..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시계의 방 6 / 김주완 시계의 방 6 초와 / 김주완 우리는 사랑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만나서 일주일 후에 손을 잡았고 두 달 후에 포옹을 했다 학습 지도안에 따른 수업처럼 우리는 무언중에 우리가 정한 계획에 따라 사랑을 진전시켰다 그렇게 키워간 사랑, 그러나 끝내 사랑의 종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속도를 조절한..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시계의 방 5 / 김주완 시계의 방 5 초와 / 김주완 세월이 흘렀다, 시계가 여러 번 돌았고 시계의 방에서 꽃씨가 제 살갗을 뚫고 나와 봉오리로, 꽃으로 피었다가 마침내 다시 씨앗으로 되돌아갔다 시계가 도는 동안 시간이 함께 흘렀지만, 시간은 처음 그대로였다 세월은 늙었지만 시간은 늙지 않았다 세월은, 시간 위로 흘러..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시계의 방 4 / 김주완 시계의 방 4 초와 / 김주완 새벽이면 어김없이 기침起枕하여 어험어험 헛기침을 하며 식구들을 깨우고 아무리 과음을 해도 때 되면 꼭 끼니를 챙기며 밤 9시 뉴스데스크가 끝나자마자 정확하게 잠자리에 들던 장년의 아버지, 몸속의 시계 노년엔 낡은 시계가 고장 나서 밤잠이 없어지던 아버지 병석에 ..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시계의 방 3 / 김주완 시계의 방 3 초와 / 김주완 어쩌다 한 몸에서 나온 길고 짧은 물새 다리들, 흐르는 시간의 옷깃을 가까스로 붙들고 늘어져 한 점 시각을 가리켜야 하는 누군가 깍은 시계 축에 묶인 종속의 노역 시계의 방에는 자유가 없다 멈추지 못하고 어김없이 돌아가는 회전만 있다 앞으로만 가는 시간을 재며 제자..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시계의 방 2 / 김주완 시계의 방 2 초와 / 김주완 시간 밖에서 시간을 재는 시계 속은 참, 부질없는 방이다 혼자서 좁은 길로 전진만 하는 시간, 시간의 간격을 이리 재든 저리 재든 아무 상관 않고 시각을 어떻게 가리키든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저 혼자 가는 시간, 무심하다 그래도 쉼 없이 시간을 재는 기계, 시계들 우직..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시계의 방 1 / 김주완 시계의 방 1 초와 / 김주완 거기는 지금만이 있다 과거가 머물 자리도, 미래가 들어설 틈도 없다 또 각 또 각 연속하여 나타나는 지금이지만 흐름 위에서 한번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지 금 이다 추억이나 희망 같은 건 그 방에 없다 그런 것은, 그 방에 살면서 흘러가는 지금의 사람이 가지는 것이다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9.09
[스크랩] 길 위의 딱정벌레 / 김주완 길 위의 딱정벌레 초와 / 김주완 먹성 좋은 식탐으로 놈이 나비의 애벌레를 먹어치운다 남의 살을 먹고 제 살을 찌우기 위해 어기차게 꾸역꾸역 먹어치운다 먹은 만큼 비대해지는 몸, 참 많이 컸다 황토 언덕 고개 세 개를 잘도 넘으며 축재의 맛을 볼 대로 본 놈은 이제 괴물이 되..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8.19
[스크랩] 바람의 길 4 / 김주완 바람의 길 4 초와 / 김주완 바람이 지나간 길목에는 모래톱에 찍힌 새의 발자국 같은 혹은 헌데 같은 흔적이 남는다 흙을 밀어내던 불도저가 바위꼭지에 걸려 경련을 일으키며 발작을 한다 굴착기가 와서 사마귀 같은 앞다리로 바위의 깊은 뿌리를 파내기 시작했다 잇몸이 심하게 찢어지면서 대지의 .. 시 · 시 해설/영상시 201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