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영상시

[스크랩] 자작나무 2

김주완 2011. 3. 21. 19:53


    자작나무 2
    초와 / 김주완 밤이 되면 하얀 도포를 입고 화건樺巾을 쓴 목신木神이 걸어 나온다 무리지어 다가오는데 발걸음이 보이지 않는다 발자국 소리가 땅으로 스며들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뭇 나무들은 숨죽인 채 잠들어 있다 큰 짐승 작은 짐승 하나같이 죽은 듯이 위장한다 엎드린 채 정적을 깨는 것은 계곡의 물소리뿐이다 견고한 목신의 가슴팍에도 계곡이 흐르고 가랑잎 몇 개 떠 있는 옹담샘에서 퐁퐁 물을 퍼 올린다 마을로 간 자작나무 가지에 깃든 목신은 용마루 아래 자리 잡고 앉아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대들보와 서까래의 반란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창백한 얼굴로 사람들의 밤을 다스리고 있다 새벽이 오기 전에 목신들은 돌아와 하얗게 바랜 잠자리에 들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꿈적하지 않을 것이다 나무란 나무, 모든 나무의 창궐을 눌러 다스리는 나무의 신, 자작나무 숲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라온제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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