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봄을 기다리며 3 / 김주완 [2002.02.22.]

김주완 2008. 2. 22. 18:14


[시]


       봄을 기다리며 3 / 김주완


지하철 승강장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듯

봄을 기다렸다

쿠릉쿠릉 저쪽 구멍에서 열차가 들어왔다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만원이었다

나는 타지 못했고 열차는 출발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다음 열차가 어김없이 들어왔다

또 만원이었고 열차는 그냥 통과했다

다리가 무너지도록 하루 종일 기다렸다

막차가 지나가고

지친 인내가 흐물흐물 주저앉을 때 포기가 몰려왔고

나는 곧 체념하였다

봄은

내 것이 아니었고 끝내 나는 승차할 수 없었다

 

                                                      <2008.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