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영상시

[스크랩] 돌밭 가는 길 4

김주완 2011. 2. 22. 12:34
      돌밭 가는 길 4 초와 김주완


      돌밭으로 가는 오르막길 왼편으로 난

      마른 물도랑 건너면 여우골이 있다

      비오는 날이면 뒷산의 여우골에서

      슬픈 여우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마을 앞에는 너른 솔밭이 있었다

       

      단옷날이면 높고 굵은 솔가지에 그네를 매고

      여우골의 처녀들이 여우처럼 하늘을 날았다

      바람을 가득 머금은 치마가 펄럭일 때면

      하얀 고쟁이가 희끗희끗 멀리까지 드러났다

       

      차마 바로 보지 못하고

      슬쩍슬쩍 훔쳐보던 허연 종아릿살, 설레었다

      군데군데 건 가마솥에선 벌건 육개장이 펄펄 끓고

      솜사탕 자전거 옆으로

      과자랑 떡이랑 엿을 파는 좌판이 줄지어 놓여졌다

       

      술 취한 사내들은 윗도리를 벗어던지고

      더러 드잡이도 놓았다

      어느 한 곳 낄 데가 없었지만

      유년의 나는 신이 나서 여기저기 헤적였다

      돌밭 가는 길, 다 가지 못하고

      나는 늘 여우골 쯤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슬픈 여우 울음소리에 홀려 있었다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초롱이 원글보기
메모 :

'시 · 시 해설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가을바람  (0) 2011.02.22
[스크랩] 돌밭 가는 길 5  (0) 2011.02.22
[스크랩] 돌밭 가는 길 3  (0) 2011.02.22
[스크랩] 돌밭 가는 길 2  (0) 2011.02.22
[스크랩] 돌밭 가는 길 1  (0)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