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왜관역 1 / 김주완 [2008.05.23.]

김주완 2008. 5. 23. 18:09


[시]


       왜관역 1 / 김주완


왜관역에는 오래된 그리움이 남아있다

녹음장 다방 구석자리에 눅눅하게 놓아두고 온

설익은 이별 부스러기가

플랫폼이거나 혹은 침목을 물고 있는 자갈 사이로

물비늘처럼 어른어른 숨어 있다


대합실에는 고택의

연당 같은 기다림이 하염없이 머물고 있다

숱 많은 허연 머리칼을 풀썩풀썩 날리며

시커멓게 몸집 큰 열차가 때마다 들어오고

마지막 승객까지 출찰구를 빠져나와도

끝내 보이지 않던 사람 하나,

작은 역사는 한여름 더위에도 서늘하고 아득했다

 

                                                <200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