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선 시인
김주완 시인
좌로부터 김명동 시인, 박찬선 시인, 김주완 시인, 한해자 시인
좌로부터 김주완 시인, 권용우 시인(영양문협 회장), 박찬선 시인
오무에서 구렁이를 만났다.
2016년 7월 24일 일요일 아침 6시 경이다.
수하청소년수련관에서 제12회 문향골 문학캠프가 열린 다음날 아침, 왕피천 상류 산책길에서이다.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한 물길이 낙동정맥을 따라 북쪽을 향해 흘러내리다가 다시 동쪽으로 꺾어 울진을 거쳐 동해로 내닫는다.
반딧불이 서식처이자 왕피천의 발원지인 이곳, 수하리 끝마을 오무에서 도로가 끝난다. 물은 내려가는데 차로 갈 수 있는 길은 더 이상 없다.
<오>동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었기에 <오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달은 오동나무에 걸려서 오도가도 못하지만 사람의 발길은 여기서 되돌아 나온다.
길이 끝나는 여기서 동그라미를 그리며 산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온 사람들은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걸으며 새길을 연다.
그날 아침 여기쯤에서 구렁이를 만난 것이다.
어른 키 높이 정도의 구렁이가 길가에 나와 있다가 우리와 조우한 것이다. 한참을 마주 보더니 몸을 돌려 직각에 가까운 가파른 옹벽의 홈을 타고 구물구물 기어올라 숲으로 들어갔다. 굵은 몸통을 옹벽의 홈에 그득 채우고 천천히 기어오르는 모습은 흡사 초가지붕을 감아 오르는 연기 기둥 같았다.
가을(9월 30일)에 다시 영양을 찾았을 때
그날 모시고 함께 나간 근곡 박찬선 시인(한국문협 수석 부이사장)은 구렁이가 승천을 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김주완 경북문협 회장)는 니체의 영겁회귀를 떠올리고 있었다.
구렁이 사진은 그날 아침에 동행했던 영양문협 한해자 부회장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뒤늦게 전송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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