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토요일, 경북 칠곡 전쟁기념관에서 2016년 경북문인협회총회가 열려 경북문인들 130명 가량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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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경북문협회장의 인사말로 총회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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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김주완 경북문협회장의 인사말은 짧아서 의례적인 겉치레가 없다. 몇 마디의 간략함에 함축된 뜻이 더 귀하다. 참 말이 많아 탈도 많은 세상이어서 누구나 마이크만 잡으면 온통 할 말을 다 하고 마는 일이 허다하다. 문인답게 언변이 탁월한 김주완 회장은 참 드물게 깔끔한 성품이어서 서너 마디의 인사에도 모든 이들의 존중을 받는다.
이어서 제23대 권숙월회장님과 황삼연사무국장님께 공로패 증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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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태환 감사의 보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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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신입회원들의 인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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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칠곡 옆 마을, 구미의 남유진시장의 축사가 있었다.
남시장의 축사는 매번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문학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퍽 진지하다. “늘 변하는 세상에서 미래에도 변함없는 건 인간의 마음과 그 마음으로 사람을 보는 잣대”라며 문학인들의 맑은 정신을 높이 우러렀다. 고운 최치원의 글 한 자락이 당나라를 평정시킨 일화부터 유치환과 이영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는 행정가 이전에 반가운 벗처럼 다정하다. 유치환 시인과 이영도 시조시인이 20년 간 뜨거운 사랑 끝에 남긴 많은 작품 중에서 <탑>이라는 시조를 절절히 낭송하며 정성어린 축사를 끝냈다.
37세의 유부남 유치환과 28세의 청상과부 이영도(20세 결혼해 21세에 남편과 사별이영도)는 이루어질 수 없어 더 절절한 사랑을 했다. 유치환이 날벼락 같은 교통사고로 떠난 후 이영도가 쓴 시들 중 하나가 <탑>이다. 탑의 기단처럼 쌓이고 또 쌓인, 못다 한 애절함이 느껴진다.
이영도의 시조 <탑> 전문을 싣는다.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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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선 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님의 축사도 이어졌다. “정신세계가 없는 문학은 거푸집”에 불과하다며 확고한 문학적 정신의 단련을 당부했다. “문인이란 겉과 속이 어우러진 올곧은 정신”이란 말은 천만 번 강조해도 무리가 없는 일체감이다.
어느 부류에서나 흔히 발견되는 가짜들을 보게 된다. 명색이 문인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시정잡배처럼 문학판에 기웃거리는 치들도 허다하다. 양질의 독서는커녕 등단을 금배지인 양 달고 거들먹거리는 저급한 지적허영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그는 “문학은 계층과 신분을 뛰어넘는 학문”임을 특히 강조했다.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문학의 평등을 얘기하는 아름다운 축사였다. 그는 단상에 오르는 것도 굳이 사양하며 청중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권위란 타인들이 올리는 예절의 몫이다. 이런 어른 앞에선 누구나 한 번 쯤 무릎을 꿇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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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에는 왜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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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북 문인협회 총회가 열린 곳은 칠곡이다. 칠곡은 흔히 '왜관'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부르는 지명 '왜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붕어빵처럼 그렇다. '칠곡군청'과 '왜관역'이 혼재하는 특이한 곳이다. 깊고 푸른 강을 지닌 얌전한 칠곡. 그러나 이곳은 무척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잠시 칠곡이며 왜관인 이곳의 한 때를 돌이켜 본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사드배치 후보지로 경북에서 유일하게 왜관을 꼽는다. 왜관은 허구의 지명이다. 진정 누구를 위한 사드배치인가, 그 의미처럼 허황하다. 하필이면 이 민감한 시기에 경북의 문인들은 전쟁기념관에서 총회를 열게 되었다. 아래 사진은 전쟁기념관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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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웃지만......푸르고 푸러렀던 젊은 피들의 산화, 잠시 잊고서...
편집 :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이미진 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