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영상시

[스크랩] 봄을 기다리며 4

김주완 2011. 3. 4. 11:33
    봄을 기다리며 4 초와 / 김주완 라일락꽃이 흐드러지게 핀 날 봄비가 내리면서, 꽃향기를 씻어낸 빗물이 흘러나가는 마당을 하염없이 바라다 본 기억이 있다, 이유 없이 가슴이 허전한 가운데 라일락 향기가 녹아든 흙내를 맡으며 한 나절을 앉아 있었던 대청마루 아래에선 역한 개비린내가 조금씩 올라왔다, 나는 그때 남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벚꽃잎 분분히 떨어져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걸은 적이 있다, 곱고 흰 꽃잎이 온몸을 부비면서 스쳐가는 사이로 벚꽃같이 화사한 여인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던 기억이 있다, 완연한 봄밤의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상쾌하게 걷는 길가에서 역한 두엄 냄새가 풍겨오곤 했다, 그때 나는 이미 다 큰 남자가 되어 있었다 봄이 온다는데, 지난날의 봄이 다시 온다는데 나는 지금 도망치고 싶다, 봄을 기다리는 일이 무서워진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미 나는 유통기한이 지난 남자이기 때문이다, 식어버린 피가 덥혀지지 않은지가 오래이기 때문이다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라온제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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