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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칠곡 구상문학관 안내

김주완 2012. 9. 6. 10:06

[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한국관광공사는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라는 테마 하에 2012년 9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경남 창원)’,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전북 부안)’,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문학관(경기 양평)’, ‘절경에 취해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강원 정선)’,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경북 칠곡)’ 등 5지역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 가산산성 전경 ⓒ 최갑수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

  위 치 :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내용 : 여행은 ‘출발→여정→귀환’의 단계를 밟는다. 문학작품 역시 여행과 닮았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호기심→경이→성숙’의 과정을 거치며 나아간다. 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여행과 문학, 여행자와 주인공은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을 초입,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무렵 시집 한 권 옆구리에 끼고 여행을 떠나보자. 목적지는 경북 칠곡이다.

  칠곡에는 한국 시단의 거장 구상(1919~2004) 시인의 문학관이 있다. 구상 시인은 프랑스에서 ‘세계 200대 문인’으로 뽑혔으며, 그의 작품은 영어와 불어, 독어, 스웨덴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구상 시인은 1919년 9월 16일 서울 이화동에서 태어났다. 네 살이 되던 해 성베네딕도수도원의 교육 사업을 위촉받은 아버지를 따라 함경남도 원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인은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진학하지만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 종교학과에서 불교를 공부하기도 했다.

  시인은 1946년 함경도 원산에서 동인지 《응향(凝香)》에 〈밤〉〈여명도〉〈길〉 등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 동인지 표지를 화가 이중섭이 그렸다. 하지만 시가 반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필화 사건에 연루돼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공산 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월남한 시인은 연합신문사와 국방부 기관지 승리일보 등에서 일한다.

  시인은 수많은 정치 참여 권유를 거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박첨지’라고 부르던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신익희, 장면 총리 등이 그의 인품을 흠모하며 정치 참여를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손을 내저으며 시인의 길 외에 어떤 권력도 사양했다.

  시인이 경북 칠곡과 인연을 맺은 때는 1953년이다. 전후 이승만 정권에 대해 반독재 투쟁을 벌여 투옥되기도 한 그는 1952년 승리일보가 폐간되자, 부인 서영옥(1993년 작고) 여사가 의원을 차린 경북 칠곡군 왜관으로 내려와 1974년까지 기거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 이 무렵 그는 영남일보 주필을 맡아 대구를 오가며 시인 오상순, 아동문학가 마해송, 걸레스님 중광 등 당대의 예술가들과 폭넓은 친교를 쌓는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왜관의 그의 집에 함께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 무렵 그린 그림이 ‘K씨의 가족’이다.

◇ 구상문학관 전경 ⓒ 최갑수


  칠곡군에 자리한 구상문학관은 2002년 부인이 경영하던 의원 자리에 세워졌다. 문학관 뒤편에 시인의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자리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는 육필 원고를 비롯한 유품 300여 점이 전시되어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화가 이중섭과 박정희 전 대통령, 운보 김기창 화백 등의 편지와 작품, 영어와 불어, 독어 등으로 번역된 시인의 시집도 있다. 돋보기와 필기도구, 안경, 모자를 보면 구상 시인의 검소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2층은 보존 서고와 사랑방으로 운영된다. 시인이 소장하던 도서, 그와 교류해온 인사들이 기증한 책이 비치되어 있으며, 시창작교실과 문화교실도 수시로 열린다.

  구상 시인은 기독교적 존재관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철학과 형이상학을 조화시킨 독보적인 시 세계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어느 문예지와 한 인터뷰에서 “나의 시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과 형이상학적 심상을 바닥에 깔고 있어 시의 서정성보다 사상성에 관점을 둔다. 언어를 다루는 시인은 가장 먼저 언어의 화장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광림 시인은 그를 두고 “난세(亂世)의 시인”이라 평했고, 이승하 시인은 “시와 인간이 일치된 큰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강(江)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가듯
태백(太白)의 허공 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 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 최갑수


  구상문학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칠곡 여행에 나서보자. 가장 먼저 가볼 곳은 가실성당이다. 서울의 명동성당과 동시대에 건립된 유서 깊은 성당으로 1895년 우리나라에서 11번째,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는 계산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됐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절충된 설계는 명동성당과 계산성당 등을 지은 박도행 신부가 맡았다고 한다. 영화 〈신부 수업〉에서 두 주인공(권상우·하지원)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왜관 지역은 신부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왜관읍에 자리한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은 독일 성베네딕도회오딜리아수도원에서 파견된 수도자들이 북한 덕원과 중국연길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하던 중 이념의 차이에 따른 당국의 탄압과 한국전쟁 때 북한 정권의 박해로 피란 와서 1952년 건립한 것으로, 공원 같은 분위기가 운치 있다.

  다부동전적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다부동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는 왜관에 이르는 지방도의 시발점으로, 이곳 방어선이 무너지면 대구가 적 지상 포화 사정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대구 방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였다. 55일 동안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고 아군 1만여 명, 적군 1만7천500여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적기념관은 전시관과 기념비, 야외 전시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야외 전시장에는 전차와 장갑차, 비행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차 모양으로 꾸민 전시관에는 전쟁에 사용된 각종 화기와 당시 군인이 사용한 생활 물품들이 전시되어 포화 소리와 화약 냄새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등산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가산산성을 권한다. 조선 시대 왜적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세운 석성이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어 난도에 따라 즐겨볼 만하다.

출처 : 이승하
글쓴이 : 이승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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