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2011. 3. 1. 22:04


[제1시집『구름꽃』(1986)]



   꽃 6 / 김주완

     - 코스모스


창백한 분홍빛

쓰디쓴 웃음 같은 것,

서러운 목줄기

잘디잔 항변 같은 것,

허막한 우주의 한켠

링겔병이 끌고 가는

비상등이 부우연 병실 낭하의

내 동류同類 생명의

휠체어 소리 같은 것,

곤두박혀도 곤두박혀도 소리 나지 않을

안개층 너머 저승 길목

지고 온 죄의 비늘들 속에 묻힌

목 잠긴 비명소리 같은 것,

따가운 알몸

흔들리는 우리들 윤리 같은 것,

표백된 절규

쓰디쓴 철학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