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전생기억前生記憶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17:39


[제1시집『구름꽃』(1986)]



  전생기억前生記憶 / 김주완


언젠가도 본 장면이다

어디선가 듣던 소리이다

언젠가 있은 일이다

어디선가도 일어난 일이다,


그 때와 같은 모습

그 때와 같은 음성

그 때와 같은 무서움

그 때와 같은 순서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디인지도 모른다

왜인지도 모른다

무엇인지도 모른다


불투명한 기억이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숨 막히게 한다

가위 눌린 어눌증을 앓게 한다,


처음이 있다는 건 확실하지만

아무도 경험할 수 없는

처음 아닌 시대에서의 처음

소리의 횡포 속에서

빛의 무엄無嚴 아래서

떨며 고사枯死하는 의식,


우리는 모두 힘에 겨운 이승을

빈 몸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