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2
초와 / 김주완
노지에서 겨울 난 자작나무
창백한 껍질에 상처 난 딱지 더덕더덕 일어난다
겨우내 저 껍질에 얼마나 긴 편지들 썼을까
절절한 사연들 오고 간 사랑은 이루어졌을까
그 사랑
참혹한 추위에 얼어 죽진 않았을까
꽃샘바람 불면 잔가지 또 얼마나 부러져 나갈까
겉으로 봐선 모르겠다
몸통 속 물관으로 자작자작 물 자아올려
연록빛 새순 틔워야 할텐데
꽃 피고 열매 맺어야 할텐데
한 백년 살아남아
팔만대장경 판각본처럼 쓰여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