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 4 / 김주완
눈은 가로등 아래로만 엇비슷이 내리고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지우면서 내리는데
저만치 눈길을 걸어가는 남녀
하나의 능선이 되어 눈 덮인 어깨가 출렁이는데
눈 오는 밤의 거리를 내다보는
나는 지금 왜 슬퍼지는 것인가
다가오는 앞모습이 아니라
아련하게 멀어지는 뒤태이기 때문에
하나씩의 그림자 외롭게 달고 가는
애틋하게 눈물겨운 그림 같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눈 오는 밤의 거리를 내다보는
나는 지금 왜 슬퍼지는 것인가